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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쓰고, 더 집중하자.'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더 이상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2020년대 초반부터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 SNS, 스트리밍 등 디지털 소비를 줄이고 본질적인 삶에 집중하려 했다. 나 역시 그 흐름 속에서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들이 내 앞에 나타났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서 내가 실제로 겪은 세 가지 대표적인 어려움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려 한다.
‘필요’와 ‘중독’ 사이에서의 끊임없는 줄타기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결심하고 제일 먼저 한 것은 스마트폰 앱 정리였다. SNS, 게임, 뉴스 앱을 삭제하고, 오직 통화, 문자, 메모 앱만 남겼다. 처음에는 매우 상쾌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는 시간이 늘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디지털 활동이 많았던 것이다.
예를 들어 업무상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아야 했고, 인스타그램으로 제품 홍보를 해야 했다. 처음엔 업무가 끝난 뒤만 접속하자고 다짐했지만, 급한 고객 문의, 팀원 소통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앱을 다시 설치하고 삭제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느낀 것은 이거였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사용량을 줄이는 게 아니라, ‘필요’와 ‘중독’을 구분하는 싸움이다.”
하지만 이 경계는 명확하지 않았다. 업무에 필요해서 켠 인스타그램이, 어느새 알고리즘에 이끌려 30분 동안 릴스를 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 깊은 무력감이 밀려왔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실천한다는 건 단순히 앱을 삭제하는 문제가 아니라,
‘왜 이걸 켰는지’ 매 순간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훈련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예상치 못한 ‘소외감’과 ‘정보 격차’ 체감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 자연스럽게 SNS 사용량이 급감한다.
나 역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알림을 모두 껐다. 그러자 의외의 문제가 발생했다.
‘세상에서 소외된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주말에 친구 모임에 갔는데, 모두가 최근 인스타그램 밈 이야기로 웃고 떠드는 가운데, 나는 내용을 몰라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회사에서는 중요한 소식이 카톡 단체방 대신 인스타그램 공지로 먼저 공유되었는데, 나는 뒤늦게 다른 사람을 통해 겨우 알게 되었다.
이때 느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하면 단순히 디지털 노이즈를 줄이는 게 아니라, 사회적 연결성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는 걸.”
또 한 가지는 정보 격차 문제였다. 요즘은 대부분의 이벤트, 세일, 뉴스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퍼진다. 나는 그 소식을 몇 시간, 혹은 몇 날 늦게 알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정보 흐름에 뒤처진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나를 더 평화롭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디지털 세계에서 외부인'이 되는 위험도 내포하고 있었다.
지속 가능성을 위해 찾은 ‘나만의 타협점’
몇 개월간의 시행착오 끝에 깨달은 것은 명확했다.
극단적인 디지털 단절은 현대 사회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타협점을 찾아야 했다.
이건 개인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내가 선택한 방식은 다음과 같다.
업무용 디지털과 개인용 디지털을 명확히 분리하기
→ 업무용 메신저와 앱은 업무 시간에만 사용, 개인 시간에는 로그아웃.
SNS는 주중 1회, 정해진 시간에만 접속하기
→ 매주 금요일 저녁 30분 동안만 인스타그램, 유튜브 접속. 그 외 시간에는 아예 앱 삭제.
필요한 정보는 직접 찾아가기
→ SNS에 기대지 않고, 직접 뉴스레터, 블로그 등을 구독하여 필요한 정보를 챙기기.
처음에는 이런 방식이 답답할까 봐 걱정했지만, 오히려
디지털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존감이 생겼다.
그리고 점차 불필요한 피로감, 무의식적 스크롤링, 정보 과잉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완벽한 디지털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건 아직도 어렵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든 걸 끊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진짜 필요한 것만 남기는 연습을 계속해나가는 것임을 깨달았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다.
우리 삶을 다시 주도권 안으로 가져오는 작업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필요와 중독 사이, 연결성과 소외감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를 해야 한다.
완벽하게 실천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삶을 더 내 의지대로 살아가기 위한 유연한 전략을 만드는 것,
그것이 디지털 미니멀리즘의 진짜 의미가 아닐까.